2009-02-22

己所不欲、勿施於人


  블로그 10만 힛을 기념하여 무엇을 써 볼까 고민하다, '블로그 이름'에 대한 설명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왜냐하면 블로그에 들어오면 가장 크게 보이는 게 저 여덟 글자인데, 막상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없으니까요 -_-a 블로그 이름은 블로그를 대표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볼 때, 상당히 불친절한 배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 자체도 지루……할 수는 있지만 해가 되는 이야기도 아니니, 블로그에 대한 약간의 부연설명과 함께 하기에는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주향교 정문

  먼저 '己所不欲、勿施於人'는 논어(論語) 12편 안연(顔淵)과 15편 위령공(衛靈公)에 나오는 말입니다. 저는 친절하니까 -_-;; 출처 및 원문과 번역을 그대로 옮겨두도록 하겠습니다.


仲弓問仁 子曰 出門如見大賓 使民如承大祭

己所不欲 勿施於人 在邦無怨 在家無怨 仲弓曰 雍雖不敏 請事斯語矣 (顔淵 12-2)

  중궁이 인(仁)에 관하여 물어보자, 공자께서는 "문을 나설 때에는 큰 손님을 맞은 듯이 하고, 백성들을 부릴 때에는 큰 제사를 받드는 것처럼 하며,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나라에 원망이 생기지 않고, 집에 원망이 생기지 않는다"라고 말씀하셨다. 중궁은 "제가 비록 어리석고 둔하지만 그 말씀을 명심해 실천에 옮기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다. (안연 12-2)


子貢問曰 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

子曰 其恕乎 己所不欲 勿施於人 (衛靈公 15-23)

  자공이 "한 마디의 말로 평생 실행할 것이 있습니까?"라 여쭈어 보았다.

  공자께서는 "그것은 서(恕)일 것이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면 남에게도 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대답하셨다. (위령공 15-23)


  그리고 그 밑에 써 둔 영어 문장 "In everything, do to others what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는 성경 마태복음 7:12에 나온 말로, 비록 라틴어 원문은 아니지만 -_-;; 해당 문구를 인용한 구절을 역시 그대로 옮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World English Bible이 출처이며, 이해를 돕기 위해 7:11도 같이 첨부합니다.


If you then, being evil, know how to give good gifts to your children, how much more will your Father who is in heaven give good things to those who ask him! (Mt 7:11)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


So in everything, do to others what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for this sums up the Law and the Prophets. (Mt 7:12)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뭔가 많이 복잡해 보이네요. 괜히 질리게 만드는 것 같아 위에 찾아 옮겨 둔 원문을 다시 지워버릴까도 했지만, 타건한 게 아까워서 그냥 둬야겠어요 ㅋㅋ 간단하게 말하면 '너 하기 싫은 건 남한테도 시키지 마'라는 말입니다. 신기하게 논어와 성경에 나온 저 두 구절의 의미는 서로 비슷해요. 물론 자세히 보면 어조나 느낌에서 약간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기는 합니다. 논어가 '자신이 하기 싫은 걸 남에게 시키지 말라'라는 의미라면, 성경에서는 '네가 받고 싶은 걸 남에게 대접하라'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논어 쪽이 조금 더 방어적이고, 성경 쪽이 조금 더 적극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제가 생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전자에 가깝기 때문에 저 여덟 글자의 한자어가 블로그 제목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사실 영어나 한국어 번역의 경우 너무 긴 문장이 돼서 제목으로 쓰기가 좀 -_-;;;;).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도 행하지 않기 위해서는,


1. 자신의 정의

2. 자신이 원하는 것의 정의

3. 남에게 가하는 행동의 정의


  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야 아직도 공부라던가 -_-; 인격적 수행이라던가 -_-;;; 배려심이라던가 -_-;;;;; 가 부족하니 아직 이상적으로 생각되는 행동을 하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노력은 해 보고 있어요 ㅋ 어찌 보면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라'라는 말보다, 올바른 자신의 기준을 세워 타인에게 그것대로 행동하라는 저 말이 더욱 어렵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넵, 결론은 블로그 이름 뜻이 저런 뜻이라는 말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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