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03

[애니메이션] OVA


  OVA는 Original Video Animation 또는 Original Visual Animation의 약자로, 개인용 영상장비에서 재생될 수 있는 매체에 담겨 발매되는 애니메이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여기서 Video는 화상신호의 넓은 의미로 쓰였다기보다 VHS(Video Home System, 가정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자기 테이프식 기록매체) 쪽에 더욱 가까운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일상 대화에서 '나 비디오 빌렸다'등에서 사용되는 '비디오'에 가까운 의미라는 것이지요. Video가 가진 광의의 의미를 적용한다면, 모든 애니메이션은 전부 OVA가 되어 버립니다 ┒- 애초에 영상이 아닌 애니메이션은 그 정의 자체에 위배되잖아요 ㅋ 참고로 Original Visual Animation이라는 말은, 초기 OVA의 V가 Video로 사용하다 주요 저장 매체가 CD, DVD로 바뀌며 협의의 의미의 Video가 해당 애니메이션 전체를 포괄하기 힘들다고 생각되기 시작한 이후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OVA라는 형식으로 애니메이션이 발매되기 시작했던 초기에는, 주로 VHS방식이 애용되었었습니다. 최초로 대량보급되기 시작한 가정용 영상 재생 매체가 저것이니까요 -_-a 이외에도 dat포맷을 이용한 CD(VCD) 역시 많이 사용되었었지요. 그리고 이때 이 명칭이 통용되기 시작한 덕분에, DVD나 Blue-ray (+α로 경쟁에서 패배한 HD-DVD)를 이용해 발매되는 최근의 작품들 역시 (규격에 Video라는 명칭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더라도) OVA라는 이름을 달고 나오고 있습니다. 뭐, Video자체가 가지고 있는 의미 덕분에 어긋난 사용은 아니니, 사실 전혀 문제가 될 일이 아니기는 합니다. 물론 OVA가 정식으로 정해진 용어도 아니기 때문에, 비슷한 의미로 OAV(Original Animation Video, OVA시장 형성 초기에 주로 사용)나 OAD(Original Animation Disc, 고단샤講談社에서 사용)등의 용어가 사용되기도 합니다.


  조금 더 OVA의 세밀한 의미를 살펴보면, OVA라 불리기 위해서는 의외로 여러 가지 조건이 요구됨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먼저 OVA는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판매)되는 형식이 영상저장매체의 형식이어야 합니다. TV나 극장, 인터넷(Web)을 이용해 먼저 공개된 후 발매되는 애니메이션은 OVA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반대로 일단 영상저장매체를 통해 공개된 후 TV판 애니메이션 등에 에피소드로 OVA의 내용이 삽입되는 경우가 있는데(ex. 오 나의 여신님 첫 번째 TV판), 이 경우는 중복되는 부분을 기존의 OVA시리즈와 TV시리즈 양쪽에 모두 포함시켜 인정해주고 있습니다. 즉 TV판에 사용된 부분은 TV판으로 쳐 주면서, 기존 OVA 형식으로 나온 상품은 그대로 OVA로 인정해 준다는 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똑같은 내용이(아니면 작화를 약간 개선한 정도의 차이만 있는) 다른 상품으로 발매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물론 팬이라면 결국 둘 다 구매하게 됩니다 -_-;;;;;

  그리고 이 부분이 조금 애매한데, 그 개체 자체만으로, 아닌 경우라도 적어도 애니메이션이 주가 되어 상품으로 성립돼 발매되어야 합니다. 비록 영상매체를 통해 최초로 공개되었다고 해도, 다른 주 상품에 덤으로 딸려오는 듯한 형식으로 나왔다면 독립적으로 OVA로 불러주기보다 해당 작품의 연장선상에 있는 서비스 상품으로 생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에는 흔히 영상특전(映像特典) 등의 이름으로 부르곤 합니다. 게임 등이 발매될 때 단편으로 끼워주는 애니메이션 역시 특전으로 취급하지, 따로 OVA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반면 그 내용이 한없이 부실하더라도 -_-;;; 애니메이션 자체가 자신의 이름을 달고 발매될 경우 그것은 OVA라고 부르더군요. 

  그런데 이 부분을 애매하다고 말한 이유는, 일단 OVA 자체가 정형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 형식에 맞지 않으면서도 OVA에 포함되는 작품들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고단샤의 OAD는, 만화책의 부록 형태로 제공되기 때문에 독립적인 상품으로 보기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지요. 그리고 TV판의 속편으로 나온 애니메이션의 경우, 분명 TV로는 공개되지 않았고 영상매체를 통해 공개되었으니 OVA에 포함되어야 하지만 기존 TV판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딱 정의 내리기가 애매하기도 하고요. 게다가 요즘은 OVA로 발매하기 전에 먼저 케이블 방송 등을 통해 해당 작품을 공개해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_-a 사실 애초에 엄밀한 정의가 필요한 분야도 아니고 그렇게 성립된 분야도 아니니 그냥 'OVA라 하면 대충 이러한 느낌이다'정도로 유연성 있게 생각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을 듯합니다.

  TV나 극장 등을 이용하지 않고 OVA가 발매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우선 일본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하나의 소스를 여러 가지 매체로 변환하여 판매하는 작업(일본식 용어로 미디어 믹스)을 첫 번째 이유로 들 수 있을 듯합니다. 상품성이 있겠다 싶은 작품을 그 원래의 형태 외에도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변환할 때 OVA의 형태를 취하는 것이 적은 비용이 들어 위험도가 낮기 때문이지요. 막말로 팔릴 줄 알고 26화 TV판 만들어놨더니 시청률이 안 나오면 그걸 만든 회사는 완전 안습이잖아요. 상대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이 적은 OVA는 미디어 믹스 과정에서 저렴하게 애니메이션 쪽의 상품을 찍어낼 수 있는 수단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또한 OVA는 이 상품이 추가적으로 잘 팔릴 수 있을까를 가늠해 주는 척도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두터운 팬층이 확실하게 확보된 작품(예를 들면 작안의 샤나라던가……)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만, 시장성이 있을 듯하면서도 없을 듯하기도 한 아주 애매한 작품의 경우, OVA는 시장을 살피기 딱 좋은 장치가 되죠. 그리고 확실히 시장성이 있다 예상되는 경우라도 고품질의 OVA를 먼저 내보여서 상품에 대한 고객의 관심과 기대치를 높일 수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기대치만 높여두고 막상 본편은 아주 저렴한 작화와 연출로 구성되어 욕을 먹는 작품도 몇 있습니다)

  그리고 몇몇 작품의 경우 TV판으로 만들기에는 내용 상의 문제가 있어서 애니메이션 형태로 발매하려면 OVA의 형태밖에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로 피가 좀 많이 튀거나, 화면에서 캐릭터의 비율에 비해 옷의 비율이 지나치게 적거나, 캐릭터 간 신체 접촉이 과도하거나, 너무 빠른 움직임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TV판으로는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는 경우 등이 있겠네요. 아무래도 OVA 쪽은 TV나 극장에 비해 심의기준이 상당히 느슨하니까요.


  마지막으로, 아주 작게 분화된 시장마저 차지하고자 하는 제작사의 욕망 때문에 만들어지는 OVA도 있습니다. 상품에 충성도가 높은 마니악한 고객님들(다른 말로 하자면…… 오타쿠 -_-;;;;;;;)에게 판매하기 위한 상품으로 OVA를 만들어 내는 것이지요. 물론 안타깝게도 그러한 고객님들은 그 수가 상대적으로 매우 적고, 상품의 품질에 상당히 민감한 경우가 많으십니다. 따라서 그 조그마한 시장을 점유하려면 적은 제작비로 적당한 품질을 유지하며 만들 수 있는 OVA가 TV판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유리하겠지요. 오타쿠의 이야기를 먼저 하긴 했습니다만, 그러한 경우 외에도 특정 취향이나 특정 관심사를 가진 고객, 혹은 아동 고객들을 위해서도 OVA는 여전히 유용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겠죠.

  개인용 영상 재생 매체로 VHS가 보급된 이후 갑자기 관련 시장이 생겨나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해당 업계에 폭풍과 같은 혁신을 일으키게 되었죠. 애니메이션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 새로운 격변의 시장에서 탄생한 것 중 하나가 바로 OVA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OVA라는 용어는 일본식 조어이고 일본에서 주로 정의되어 사용된 말이지만,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관련 시장 자체가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거의 종속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_-a 우리나라에서도 OVA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사용되고 있지요. 특히 애니메이션 OVA시장은 전멸했지요 ㅠㅠ 이것저것 DVD를 샀다가 무지막지한 가격 할인 후 시장 자체의 소멸이라는 일을 겪어 본 사람으로서 가슴이 많이 아픕니다.


  이상 저녁 먹고 웹서핑을 하다 OAD라는 말을 보고,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궁금하여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결국 관련 글까지 쓰게 된 사람의 짧지만 지루한 이야기였습니다~


참고자료 : http://ja.wikipedia.org/wiki/OVA

참고자료라기보다…… 이 쪽이 훨씬 OVA라는 것 자체에 대해서 정리를 잘해두었어요. 제가 쓴 글에는 제가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것과 생각했던 것 등의 주관적인 내용이 많이 쓰여 있으니 OVA에 대해 조금 더 객관적인 설명을 원하시는 분들은 이 쪽을 보시는 게 더 나을 듯싶어요~


* 부록 - 네이트온에서 일어난 이야기

본인 : 우왕 나 오늘 OAD가 뭔지 찾아보다 포스팅까지 했다.

친구 : 그게 뭐임?

본인 : OVA 중 하나더라. 뭐 하러 복잡하게 저렇게 따로 말 쓰는 건지 몰겠음.

친구 : OVA는 또 뭐임?

본인 : …… 아 미안


OVA라는 말 자체도 그다지 유명한 단어는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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