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인 2020년 6월 1일부터 국내에 폴아웃 쉘터 온라인이 서비스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제가 게임 출시를 알게 된 건 6월 중순 즈음이었는데, 기존 폴아웃 시리즈를 재미있게 즐겼었기 때문에 이 사실을 알자마자 바로 게임을 시작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열흘 정도 지난 후, 이 게임이 폴아웃의 탈을 쓴 뽑기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고 많은 실망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의 주목적은 좋은 거주민 카드를 뽑고, 카드를 강화시켜 전투력을 올리는 것입니다.
라드-X는 일종의 행동 가능 수치인데, 이 자원이 있어야 각종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열리지 않은 지역의 안개를 지울 때에도 사용됩니다. 전력은 볼트의 각종 시설을 업그레이드하는데 쓰이며, 물은 거주민의 특성(스킬이나 생산 능력 강화 등)에 사용됩니다. 음식은 거주민의 레벨 업을 위한 자원으로, 레벨이 높아질 경우 거주민의 전투력이 높아지며 장비 레벨 업 가능 수치가 동반 상승합니다. 병뚜껑은 장비의 강화에 주로 쓰이는 자원인데, 각종 세력의 본거지에서 장비 강화를 위한 재료를 구매하거나 던전 내 뽑기를 할 때에도 사용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자원과 연계되어 있는 자원이 누카콜라입니다. 누카콜라는 각종 이벤트 또는 현금 구매로 획득할 수 있으며, 앞서 설명드린 자원들이 부족할 경우 모두 누카콜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로 과금 시 과금량 만큼 게임 내 특별한 자원 또는 화폐로 변환하여 주는데, 폴아웃 쉘터에서는 누카콜라가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금으로 최상급 SSR 거주민을 바로 구입할 수 있는 항목도 있습니다. 훌륭한 성능으로 유저들에게 평가가 좋은 댄스는 6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저 항목을 산다고 댄스 육성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구화폐라는 자원도 있는데, 주로 카드 뽑기를 할 때 사용되는 자원입니다.
상점의 인기 품목 아래에는 슈퍼 두퍼 마트라는 메뉴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구화폐를 가지고 랜덤으로 거주민 카드를 뽑을 수 있습니다. 정확히는 카드가 아니라 거주민의 포스터를 뽑는데, SR 등급 거주민은 포스터 50장이 있으면 볼트로 영입할 수 있고, SSR 등급 거주민은 포스터 80장이 있으면 볼트로 영입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다만 10회 뽑기를 하면 포스터 10장 외로 바로 영입 가능한 SR 또는 SSR 등급의 거주민 한 명을 바로 제공합니다. 특정 진영의 거주민만을 대상으로 뽑기를 진행할 수도 있는데, 매주 진영이 바뀌므로 자신이 바라는 거주민의 진영이 메뉴에 등장했을 때 뽑기를 이용하면 확률이 좀 더 높아집니다.
슈퍼 두퍼 마트 아래의 누카콜라 메뉴에서는 현금을 주고 누카콜라를 살 수 있습니다. 최소 충전 단위로 계산할 경우 누카콜라 하나의 가격은 20원입니다. 당연히 대량 구매를 할 경우 가격이 조금씩 할인되기는 하지만 할인폭이 큰 편은 아닙니다. 참고로 누카콜라와 구화폐의 교환 비율은 1:1로 같기 때문에 10회 뽑기를 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00원(25,000원 두 번)의 과금이 필요합니다.
누카콜라 아래 주민 포스터 메뉴에서는 무작위로 나타나는 특정 거주민의 포스터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초기화 버튼을 누를 경우 구매 가능한 거주민이 무작위로 바뀌게 되며, 3회 초기화 이후부터는 초기화 시 누카콜라를 사용하게 됩니다.
상점 제일 아래의 잡화 메뉴에서는 체리콜라 및 각종 보호구 상자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체리콜라는 이미 공략한 관문을 다시 공략할 때 별도의 전투 없이 바로 클리어 상태로 만들어주는 데 쓰이는 자원입니다. 보호구는 거주민이 착용 가능한 장비인데, 거주민에게 귀속되는 아이템이 아니라 범용적으로 착용 및 해제가 가능합니다.
폴아웃 볼트에서는 각종 이벤트를 한 곳에 몰아 볼 수 있도록 배치하여 두었습니다. 게임 메인 화면의 오른쪽 중간에 있는 확성기 모양의 아이콘을 누르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벤트가 너무 많고,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가시성이 매우 떨어지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우선 이벤트의 이름만 보아서는 이 이벤트가 어떤 내용인지를 도저히 유추할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러한 이벤트가 무려 11개나 있습니다. 공급하는 콘텐츠가 많은 것이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이벤트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자원 또는 거주민을 제공하는 내용이 전부입니다. 자원 역시 거주민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므로 결과적으로 거주민 카드 강화를 통한 전투력 상승이 이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임을 다시 한번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SR등급의 영웅 상당수는 시뮬레이션 전투를 통해 포스터를 얻을 수 있습니다. 각종 세력의 의뢰를 달성하고 세력별 화폐를 얻은 뒤 본거지에서 영웅의 포스터와 교환도 가능하지만, 그 거주민들은 같은 SR 등급이라고 해도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거주민의 포스터입니다. 하지만 시뮬레이션 전투에서는 SR 등급 중 제일 쓸 만하다고 평가받는 탱커인 케이트와 지크, 원거리 공격수인 에일리언을 뽑을 수 있어 실질적인 전투력 향상에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과금을 통해 SSR을 갖추는 편이 자원의 낭비가 없기는 합니다.
격투장에서는 보상으로 SSR 거주민의 포스터를 뽑을 수 있습니다. 경기 진행 및 당일 랭킹에 따른 보상으로 포스터의 구매가 가능합니다. 당연히 거주민을 뽑거나 강화할 정도로 포스터를 충분히 모으기는 매우 힘듭니다.
성급을 올리면 일러스트가 살짝 바뀌면서 하단의 별이 하나 증가합니다. 주민의 S.P.E.C.I.A.L(힘, 인지력, 지구력, 매력, 지식, 민첩성, 행운) 속성이 올라가며 전투력이 상당히 향상됩니다. 생산을 담당하는 주민의 경우 생산량 증가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장비 창에서는 해당 주민의 스킬, 공격력 및 방어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비의 상태 및 업그레이드 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병뚜껑 자원은 여기에 투입됩니다.
건설 속성이라고 표시되는 자원 생산량과 관계된 창입니다. 위의 장비 창과 마찬가지로 도구를 강화하면 해당 생산량이 늘어납니다. 볼트 내 생산 시설에 배치하는 주민들을 강화하여 주면 됩니다. 참고로 도구는 위 장비와 다르게 주민의 레벨에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주민의 전투력에 도움이 되는 보호구의 착용 및 해제, 강화가 가능한 보호구 메뉴입니다. 해당 주민에게 어울리는 보호구를 착용하여 주면 됩니다. 일부 주민은 특정 보호구를 착용할 때 추가 혜택을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민의 전투력 및 배치 장소를 볼 수 있는 주민 목록 창입니다. 2주 정도 진행해 보았지만 저 정도가 한계더라고요. SSR 등급 주민 중 사라 라이언스는 초기 이벤트에서 지급받았고, 파더만 운 좋게 뽑았습니다. 나머지는 SR 등급 주민으로 채웠습니다.
전투는 대강 저러한 모습으로 진행됩니다. 패시브 스킬은 자동 발동되며, 액티브 스킬은 본인이 스킬 포인트가 다 찼을 때 수동으로 쓰거나 자동으로 발동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게임으로 나온 이상 과금을 유도하고 게임 시스템이 단순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게임에 실망한 이유는 게임 내의 줄거리 구성이 상당히 엉성하다는 점입니다. 가장 큰 단점은 폴아웃 시리즈의 장점인 넓은 맵에 기반한 다양한 콘텐츠 및 자유도가 모두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제가 위에서 이 게임이 폴아웃의 탈을 썼다고 말씀드린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 입니다. 또한 위와 같이 파더가 파더에게 말을 전달해 달라고 하거나, 설정 상 말을 하지 못하는 에일리언이 유창하게 대화를 하고, 사라 라이언스가 BoS를 비판하는 등 설정과 괴리되는 오류가 다수 발생합니다. 물론 저 오류의 경우 전투 중인 주민이 무작위로 정해진 대사를 하도록 설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되기는 하지만, 이 게임을 시작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기존 폴아웃 시리즈의 팬이라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상당히 거슬리는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한국과 일본 서버를 통합하여 유저들의 주민 평가를 표시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두 나라의 언어가 다르고 게임 내 별도의 번역 서비스가 없어 양 측 유저 모두에게 큰 도움도 되지 않고, 서로의 기준에서 읽을 수 없는 글자만 가득하니 '한국인/일본인 없었으면 좋겠다' 류의 댓글도 달리는 등의 문제만 생긴다고 보입니다. 좋은 IP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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