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08

게임스탑 주가 변동으로 인한 국내 투자자의 손익규모 추정


  지난 2주 간(2021년 1월 말~2월 초) 국내외 증권시장을 뜨겁게 달구었던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어 있는 게임스탑(GameStop Corp., GME)의 주가 변동 상황입니다. 이 상황이 무슨 이유에서 시작되었는지, 그리고 어떠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며 향후의 영향이 무엇 일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확실한 내용이 너무 많으므로 말을 아끼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이 두 가지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첫 번째로는 이 사태에 대한 미국 사회의 대응이 향후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의 신뢰도 유지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마이클 샌델의 책인 '공정하다는 착각'에서 언급되는 바와 같이 현대 미국 사회가 유지되는 밑바탕에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사회적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는 능력주의가 크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이 실현되는 최고의 무대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주식시장입니다. 월스트리스로 대표되는 금융권에 대해 미국 내의 대중적인 여론이 부정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바탕 중의 하나에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공정하다'라는 믿음이 미국인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이 게임스탑 주가의 엄청난 변동성 속에서 보여 준 미국 내 공매도 시스템의 취약점이나, 로빈후드에서 개인의 주식 매수권리를 제한한 일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일 것입니다. 


2021년 1월 말~2월 초 GME 주가 차트
(차트 출처 : 인베스팅닷컴, investing.com)

  그리고 두 번째로 확실한 사항은, 정말 아쉬운 말이지만, 기업가치에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하는 주가의 변동은 장기적으로 결국 원래의 자리로 돌아온다는 진리입니다. 물론 게임스탑 사태가 아직 완전히 끝난 이야기라고 볼 수 없고, 가능성은 낮게 보이지만 정말로 큰 폭의 숏 스퀴즈가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차트를 보면 점점 이 사건의 종착역이 가까워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1월 22일 주당 약 5만원(45달러) 수준에서 조금씩 시작된 매수세가 1월 27일 급등을 시작으로 16만원~54만원(140달러~480달러) 사이에서 엄청난 변동성을 보이며 횡보하다 2월 2일 주당 17만원(약 150달러) 밑으로 하향하는 일련의 사태 진행과정이 정말 웅장하게 느껴지네요.

2021년 1월 말~2월 초 GME 주가 캔들스틱 차트
(차트 출처 : 인베스팅닷컴, investing.com)

  캔들스틱 차트(봉차트)로 해당 기간을 살펴보면 저 기간이 얼마나 치열하였는지를 더 잘 살펴볼 수 있습니다. 딱 1년 전인 2020년 1~2월에 주당 5천원(4~5달러)에 머무르던 주가는 지난 2주 동안 순간적으로는 최대 54만원(481.99달러)까지 치솟았고, 1월 말 기준 평균 30만원(약 270달러) 수준에 거래되었으며, 매 시점(해당 그래프는 15분 주기로 설정)마다의 변동성도 엄청난 것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밑의 그래프에서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던 점은 덤으로 살펴볼 수 있고요.

일론 머스트 Gamestonk! 트윗

  정말로 일론 머스크의 Gamestonk! 트윗이 방아쇠 효과를 일으켰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1월 27일 이전에도 주당 16만원(140달러) 수준까지 많이 올랐다는 평을 들었던 게임스탑의 장초가가 이 날 무려 39만원(350달러)으로 치솟아 버렸습니다. 물론 이 사태의 중요한 발단 중 하나가 공매도에 대한 응징 여론이라는 말이 있고, 일론 머스크는 공매도로 인해 기업(테슬라)이 몇 번 휘청거릴 정도로 위협을 당했었던 과거가 있기 때문에 공매도에 대한 이 형의 분노가 이해되기는 합니다.

2021년 1.26. ~ 2.2. GME 주가 캔들스틱 차트
(차트 출처 : 인베스팅닷컴, investing.com)

  주가 급등이 절정에 달했던 기간(1.26일 12:30 ~ 2.2일 10:30) 전후의 주가 등락을 5분 단위로 살펴보았습니다. 27일의 엄청난 폭등도 폭등이지만, 로빈후드가 개인투자자의 주식 매수를 막아버린 28일 장초 7 연속 서킷 브레이커(일정 기간(미국은 15분) 주식거래 제한)로 주가가 흘러내리는 무시무시한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이미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더 자세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은 게임스탑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웹 서핑 중 "게임스탑에 물린 한국 개미 "1조 2600억" 외화유출 심각"이라는 게시물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요즘 웬만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가면 주가 폭등 기간 중 게임스탑이나 AMC, 블랙베리에 투자했다 손해를 본 사람들의 가슴 아픈 후기 글을 꼭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 게시물대로라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게임스탑 주식 매매를 통해 차익을 실현한 사람이 많다고 하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내용을 개인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여 보기로 했습니다.

증권정보포털
  먼저 우리나라에서 투자한 해외주식의 종목별 순위를 알아볼 수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 SEIBro)에 접속합니다. 상단 메뉴 중 국제거래 메뉴를 클릭한 뒤 외화증권예탁결제 메뉴를 확인합니다. 그러면 해외주식투자 TOP50 이라는 메뉴가 보입니다. 여기에서는 우리나라에서 많이 보유하거나 거래가 된 주식이 무엇인지를 조회할 수 있습니다. 게임스탑 사건의 경우 최근의 단기적인 이슈이므로 최근의 정보만을 조회하여 변동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므로 이 유용한 통계 사이트를 통해 관련 정보를 조회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하의 스크린 샷 및 통계자료의 출처는 증권정보포털임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1.27일 국내 GME 보관금액
  먼저 미국 주식 중 게임스탑의 보유량이 50위권 내에 보여질 정도로 커진 시점은 1월 27일입니다. 그 전일까지는 게임스탑이 전혀 조회되지 않아 정확한 이전 기간 동안의 국내 투자자의 보유량을 알 수 없다는 점이 조금 아쉽기는 합니다. 게임스탑의 주가가 서서히 상승하던 1월 13일부터 게임스탑이 위 TOP50 차트에 나타나기 전까지의 기간 동안 50위 주식의 보관금액은 대략 1,380억원~1,600억원(1.2억 달러~1.4억 달러) 사이이므로 사건 발생 이전 국내 투자자들의 게임스탑 주식 보유량은 최대한으로 크게 잡아도 해당 규모(1,600억원) 이하라는 점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1월 13일을 기준으로 할 경우 보관규모 50위인 ALPHABET INC-CL C(의결권 없는 구글 주식)의 규모인 123,765,823달러보다는 확실히 아래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1.27~2.2일 국내 GME 보관금액
  본 글의 주제와 큰 상관은 없지만, 게임스탑 주식이 미국 주식투자 보관규모 TOP50에 들어가던 시기의 데이터입니다. 표 안에 표기하는 것을 잊어서 첨언하자면 금액의 단위는 달러입니다. 미국 주식시장이 열리는 시점과 우리나라에서 보유 주식규모가 통계에 잡혀 공표되는 시점의 차이가 있으므로 일자에 +1일을 대입하여 보면 보유 주식규모와 게임스탑 주가 차트의 변동 추세가 대강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결제규모를 확인하여 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게임스탑 주가의 변동이 심해진 1월 12일을 기준(통계 반영 시점 차이 등을 감안하여 조회는 1월 13일부터 실시)으로 현재까지의 결제규모를 출력하여 봅니다.

기간 중 주식 결재량

  게임스탑의 결제량은 2위이며, 5위에 비슷한 케이스인 AMC도 위치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번 이야기와 경우가 다르기는 하지만 4위의 CCIV는 일반적으로 상장된 주식이 아니라, 기업 인수 및 상장을 목적으로 발행된 스팩(SPAC)주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진정한 용자들이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해당 기간(1월 13일부터 2월 5일까지)의 매수 결제액은 1,245,071,444달러이고, 매도 결제액은 1,457,343,424달러입니다. 즉 매도 결제액과 매수 결제액의 차액은 212,271,980달러(2,385억원)가 되며, 이 금액이 해당 기간 중 게임스탑 주식 거래를 통해 우리나라에 발생한 순이익이 됩니다. 그리고 위에서 살펴본 대로 1월 13일 기준 국내 투자자의 게임스탑 주식 기 보유규모는 123,765,823달러(1,390억원) 이하이므로 해당 기간 게임스탑 주식 거래로 인해 발생한 매매차익은 최소 88,506,157달러(994억) + α 가 된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α 는 ① 123,765,823달러에서 국내 투자자의 당초 게임스탑 보유 주식 평가액을 차감한 금액과 ② 통계가 잡힌 2월 5일까지 매도하지 않고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평가액이 해당될 수 있겠네요.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현상을 파악하려니 애매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번 게임스탑 주식의 엄청난 변동성을 통해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최소 990억원 이상의 이익을 보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자료 확인이 어려워서 그렇지 위에 제시한 +α 까지 계산하면 2천억원이 훌쩍 넘어가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저는 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보면서도 매수 버튼에 손가락을 차마 댈 수가 없었는데, 정말 대단하다는 말만 할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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