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7

조피볼락(우럭) 요리 만들기


일출
  아침 해가 웅장하게 떠오르는 충청남도 서산시 삼길포항입니다. 멀리 대조도가 보입니다. 마치 무언가 지리를 잘 아는 것처럼 써 놓았지만, 사실 지도를 보고 베꼈습니다.

우럭 석상
  삼길포항에는 거대한 조피볼락 조형물이 있습니다. 저 물고기의 정식 명칭은 분명 조피볼락이 맞지만, 왠지 어색하게만 들리는 이름입니다. 우리는 저 생선을 통상적으로 '우럭'이라고 부르기 때문입니다. 계속 조피볼락으로 부르는 게 분명히 맞고, 뭔가 더 있어 보이겠지만 한없이 어색하기만 하니 이 글에서 앞으로는 조피볼락을 계속 우럭이라고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우럭 석상 전면
  저 생선 대가리의 관상만으로 짐작하여 보자면, 우럭은 지능이 낮으면서 먹는 것을 매우 밝히는 물고기로 보입니다. 우럭에게 미안하면서도 슬픈 사실은, 저 석상은 실제 우럭의 생김새를 상당히 잘 표현하였다는 점일 것입니다. 우럭 비하라고 하셔도 할 말이 없기는 합니다만, 초점 없는 동그란 눈과 큰 입 때문에 그러한 느낌을 안 받을 수가 없습니다.

좌대
  그러나 우럭은 실제로 멍청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저같이 실력도, 장비도 없는 초보자에게 잡혀줄 리가 만무한 영리한 친구이기 때문에 저는 안정적인 좌대낚시를 선택하였습니다. 갇혀 있는 놈들이면 어떻게든 잡아볼 만하니까요. 

잡은 우럭
  반나절을 투자한 결과물입니다. 사실 저 결과물 중의 대부분은 일행 분의 성과이고, 제가 저 물고기 무리에 기여한 부분은 극히 미미합니다. 역시 우럭은 똑똑한 물고기가 분명합니다.

우럭 6마리
  좌대 입장료 + 장비 대여비 + 미끼 값에다 들어간 시간까지 따져보면, 근처 수산물 직매장에서 몇 마리 사는 게 이득일 것입니다. 심지어 물건도 양식 우럭이라는 점까지 모두 똑같습니다! 그래도 잡는 재미가 있었다……라고 하기에는 손맛도 많이 보지 못했었네요.

최종 결과물
  그래도 분명 즐거움은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 주제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열심히 써도 '참 재미있었다'로 끝나던 초등학교 일기와 같은 감상평이지만, 분명 즐겁기는 즐거웠습니다. 

손질된 우럭
  이제 승리의 결과물을 처리할 시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우럭을 요리하는 가장 흔한 방법으로 회와 매운탕을 들 수 있을 테지만, 안타깝게도 상당수의 우럭을 그 방법으로 좌대에서 이미 해결하고 왔기에 다른 처리방안을 모색하여 보기로 하였습니다. 참고로 좌대에서 잡은 물고기는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저렇게 깔끔하게 손질을 잘하여 포장해 줍니다. 좋은 세상입니다.

손질된 우럭 표면
  우선 우럭 튀김을 먹어본 기억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생으로 튀겨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우럭은 살이 탱글탱글한 편이고, 특유의 맛도 강한 생선이므로 나름 기대를 가지고 결정한 선택지입니다.

올리브유 바르기
  소스고 튀김옷이고 다 귀찮으므로, 소금간만 해서 올리브유에 잠시 재어 두었습니다. 어차피 튀김옷도 없으므로 고온에서 튀길 생각이 없었기에 올리브유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다른 기름보다 올리브유로 조리하면 건강에 조금 덜 해롭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들어서 선택한 방식입니다.

우럭 튀기기
  팬에 올리브유를 붓고 중불로 달군 뒤 우럭을 살포시 내려놓습니다.

계속 튀기기
  불이 센 편이 아니므로 주기적으로 뒤집어 주며 기름 같은 걸 끼얹나…? 를 반복하여 줍니다.

바스러지는 생선
  살이 바스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이럴 줄은 알았지만 너무 쉽게 바스러지더라고요. 뒤집을 때 최대한 조심하여 주었습니다.

마지막 간하기
  적당히 다 익었다 싶으면 후추를 살살 뿌려줍니다. 솔직히 소금 + 후추 + 튀김 조합으로 만들어 내는 음식은 웬만하면 다 맛있습니다.

우럭 튀김
  완성품의 모습입니다. 매운탕을 끓일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우럭 살은 화기에 닿아 익어버리면 푸석푸석해지고 잘 부서진다는 점을 유의하여 조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럭 튀김 확대
  맛은 음……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회나 매운탕으로 먹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일단 많이 푸석푸석하고, 우럭 특유의 비린 향이 강합니다. 물론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호불호가 꽤나 갈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회와 초밥
  튀기기에 너무 작은 부위는 초밥을 만들었고, 그보다 더 작은 토막은 그냥 회를 쳐서 먹었습니다. 초밥은 인터넷에 많이 보이는 방식을 이용하여 만들었습니다. 식초, 소금, 설탕으로 밥을 조미하여 뭉친 뒤 우럭에 고추냉이(와사비)를 살짝 발라 밥 위에 얹고, 살짝 쥐어 고정하는 방식입니다.

회와 초밥 확대

  원래 횟감으로 유명한 생선이니 회 맛이야 당연히 좋고, 초밥도 의외로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닿으면 우럭 초밥을 더 많이 만들어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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