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설탕단풍나무 키우기
설탕단풍나무는 북아메리카 동부가 원산지인 나무로, 학명은 Acer saccharum입니다. 영어로는 Sugar maple이라고 부릅니다. 나무의 수액을 채취하여 졸이는 등의 가공을 거쳐 만드는 메이플 시럽이 제일 널리 알려져 있는 쓰임새이며, 단풍나무답게 목재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성목의 경우 20m가 넘는 크기로 자라날 수 있으며, 햇볕을 좋아하고 물이 잘 빠지되 건조하지 않은 사질의 양토를 선호합니다. 심근성 수종이므로 뿌리가 땅 속 깊이 내려가는 편이고, 상록수가 아니므로 낙엽이 지고 잎눈이 맺히는 생애 주기를 위해 사계절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0도에서 35도 사이의 온도를 제일 선호하고, 내한성도 강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후대와 꽤 잘 맞기는 하지만, 한여름의 직사광선을 쐬면 40도가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적합한 기후대는 아닙니다. 한랭지역이 대부분인 캐나다의 국기에 설탕단풍나무의 잎이 그려져 있는 점을 생각하여 보면 나무 생육에 적합한 기후 조건이 어떤지에 대한 대략적인 추론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위에 여러 가지 내용을 써 두었지만, 결국 집에서 키우기에는 꽤 난도가 높은 수종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왜냐하면 나무가 선호하는 생육 조건 중 상당수가 집에서 충족시켜 주기에는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1. 햇볕 선호, 다만 35도 이상 고온은 비선호
단풍나무속의 식물들은 모두 비슷하지만, 설탕단풍나무 역시 햇빛을 매우 좋아합니다. 같은 단풍나무속에 속하며 단 맛의 수액을 만드는 고로쇠나무와 비슷하게 일조량이 풍부한 편이 좋습니다. 일단 가정에서 이 나무가 필요로 하는 일조량을 맞추어 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야외에서 키우더라도 원산지인 북미 지방에 비해 우리나라가 흐리거나 비가 오는 날(장마기간 등)이 많아, 원산지보다 일조량이 충분하지 않은 편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야외는 야외이니만큼 수액을 채취할 수 있는 수준의 상품성이 없는 정도로 그치지, 나무의 생육은 가능하지만 실내에서는 나무가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일조량을 채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난관입니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여름입니다. 위에도 작성하였지만, 우리나라 여름 대낮의 땡볕 아래는 40도가 훌쩍 넘어가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여름 햇볕 아래에 나무를 그냥 두면 잎이 다 타 버립니다. 그렇다고 햇볕을 피하게 해 주면 일조량에 문제가 생기고요. 하루 최소 여섯 시간 정도는 직사광선을 쐬어야 나무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그 조건을 채우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습니다.
2. 심근성 수종
모든 단풍나무속의 나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해당 속의 나무 대부분은 심근성 수종에 해당합니다. 심근성 수종들은 뿌리가 깊이 내려가기 때문에 화분에서 키우기 어렵다는 공통적인 문제가 있는데, 설탕단풍나무 역시 이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야외에서 키울 때도 흙의 두께가 얕은 곳에서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는데, 화분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주기적으로 분갈이를 해 주면서 뿌리를 정리하여 주는 수밖에 없고, 이 역시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2년간 키웠었던 설탕단풍나무 묘목입니다. 베란다에서는 하루 종일 햇볕을 보게 해도 일조량이 부족하여 결국 베란다 밖에 내놓고 직사광선을 쐬게 했습니다.
나뭇잎의 형태는 캐나다 국기에서 자주 보던 도안 모양과 동일하게 생겼습니다. 크게 세 갈래로 갈라지고 잎 끝이 뾰족한 형태입니다. 처음에 잎이 잘 나고 무럭무럭 자랐었는데, 결국 문제는 일조량이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위의 사진에서도 바로 보이지만, 잎의 색이 짙은 녹색이 되지를 못하더라고요.
빛이 부족하니 작은 잎들이 계속 나기는 하지만 커지지는 못하고 도중에 시들어 버리는 상황이 반복되었습니다. 밖에 내놓으니 조금 괜찮아지는가 싶더니, 본격 여름이 시작되자 잎이 반쯤은 타 버렸고요. 그렇게 2년가량 집에서 키우다 결국 나무의 힘이 다하여 죽어 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습니다. 설탕단풍나무를 굳이 집에서 키워 보려고 한다면 단풍나무 분재를 관리하는 수준으로 일조량과 습도를 조절하는 노력을 들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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