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블로그 이전(이사)하는 이유


  블로그를 열심히 관리하지는 않았었지만, 티스토리에 둥지를 튼 지 어언 15년 이상이 흘렀습니다. 긴 시간 동안 안정적이고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여 준 티스토리팀에 항상 감사하고 있으며, 티스토리의 유저 친화적인 UI에도 매우 만족하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몇 년간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 때문에 블로그스팟(구글 블로거)으로 블로그를 이전하게 되었습니다.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티스토리의 블로그 서비스에는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티스토리 블로그를 접고 이전하게 된 이유를 간단히 작성하여 보고자 합니다.


1.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2022년 10월 15일 판교 SK C&C에서 화재가 발생하였었는데, 이때 카카오톡 및 티스토리 블로그 등 카카오의 서비스에 잠시 장애가 발생한 일이 일어났던 적이 있었습니다.

블로그 방문자 변화
  이때 블로그 방문자가 꽤 큰 폭으로 감소하였었는데, 방문자의 감소 자체가 블로그 이전 결정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었습니다. 화재는 천재지변인데 그럴 수도 있으니까요. 충격적이었던 것은 카카오가 백업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점적인 시장 지배력을 가진 기업이 백업 시스템도 불충분하게 가지고 있고 데이터 분산화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매우 충격적이었어요. 블로그 콘텐츠가 안전하게 보관될 것이라는 믿음이 크게 흔들리는 순간이었습니다.


2. AI 학습 콘텐츠 강제 제공

  안전하게 데이터를 보관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깨진 상황에서, 2023년 12월 15일 자로 티스토리의 이용약관이 개정되었습니다. 개정항목은 블로그 콘텐츠 권리의 귀속 및 저작물의 이용 항목이었습니다.

개정 약관
  위 약관에서 제일 두드러지는 개정 내용은 콘텐츠의 연구개발 활용 항목입니다. '회사는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의 개선 및 연구개발 목적으로 회사 및 회사의 계열사에서 게시물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가 핵심적인 항목입니다. "회사가 운영하는 서비스"는 AI일 가능성이 크고, "서비스의 개선 및 연구개발 목적"은 AI의 학습 및 강화를 의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카카오의 계열사(자회사)에까지 그 권리를 주겠다는 이야기는 카카오 계열사의 AI가 모두 블로그의 데이터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티스토리팀 추가 설명
  위의 이용약관 개정내용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꽤 많은 논란이 발생하였고, 이에 티스토리팀은 블로그 댓글을 통해 개정내용에 대한 추가 해명을 실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위의 해명 내용은 어디까지나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및 '자유로운 삭제'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두 가지 내용은 굳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서비스 이용자의 자유로운 권리입니다. 몇 년 전 모 위키백과에서 기여 철회를 막고 나서 얼마나 큰 반발이 있었는지를 생각하여 보면 위 댓글의 설명은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위의 이용약관 개정내용 및 추가 소명댓글 그 어디에서도 개인의 콘텐츠를 회사의 서비스 개선, 좁게는 AI의 강화 및 학습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는 제가 작성한 콘텐츠를 AI의 강화에 이용하도록 허락하고 싶지 않았고, 이 약관이 발표된 시점부터 블로그 이전을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시작하였었습니다.


3. 리디렉션(리다이렉션) 금지

서비스 제한 안내 메일 1
  블로그 서비스 이전을 고민하면서, 개인 도메인을 구입하였습니다. 통상적으로 블로그의 이전은 추천할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옮기는 것 역시 큰일이지만, 여러 검색엔진에 블로그의 URL이 이미 등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할 때 잘못하면 새로운 블로그가 남의 콘텐츠를 무단 전재한 블로그로 검색엔진에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블로그를 이전할 때에는 기존의 콘텐츠는 기존 블로그에 두고 새로운 내용을 새로운 블로그에 작성하는 것을 추천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저는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제가 작성한 글을 AI의 학습에 이용하도록 허락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콘텐츠를 통째로 이전하기로 마음먹고, 검색엔진에 새로운 블로그의 URL을 인식시킬 목적으로 개인 도메인을 티스토리에 적용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제일 불편했던 점은 블로그 최상위 도메인과 하위 도메인인 www(월드 와이드 웹) 간에 자동으로 리디렉션(리다이렉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분명 www는 하위 도메인이므로 최상위 도메인과는 구분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이 www와 최상위 도메인을 구분하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www를 입력하던 입력하지 않던 동일한 웹 페이지로 연결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티스토리는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고 있었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www로 접속하는 사람들이 자동으로 최상위 도메인으로 연결되도록 블로그 테마에 리다이렉션 코드를 삽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카카오로부터 위와 같은 메일을 수신받았으며, 그 시점부터 블로그 접근이 차단되었습니다.

서비스 제한 안내 메일 2
  물론 리디렉션을 무조건 허용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닙니다. 무분별한 리디렉션은 블로그 납치(사용자가 원치 않는 페이지에 강제 접속)나 피싱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른 블로그로 사용자를 보내는 것도 아니고, www와 최상위 도메인을 일치시키는 리디렉션도 제한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티스토리 블로그에 개인 도메인을 설정할 때  주소창에 www를 입력하면 애드센스에서 "사이트를 확인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출력되는데, 웹 표준을 생각하면 티스토리의 출력 내용이 맞지만 그런 복잡한 점에 관심이 없는 일반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저 답답한 상황이 일어났을 뿐이니 문제가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드네요.

접근 제한 시점
  덕분에 약 5~6일 정도 블로그 관리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필 설날 바로 전날, 퇴근시간 직전에 제제가 일어나 강제로 휴식을 했었고, 그 기간 동안 블로그 접근이 제한되며 검색엔진들에서 노출 순위도 밀려나 버렸습니다. 위의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지만, 정상적인 접근이 가능해진 2월 8일 이후에도 방문자 수가 회복되지 않았으니까요.

개인 도메인 설정
  티스토리에서 개인 도메인을 설정할 때 www 주소에 대한 점을 조금이라도 고민하였더라면 위와 같은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위에 서술한 바와 같이 티스토리의 블로그 서비스 자체에는 크게 만족하고 있었지만, ①데이터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믿음이 깨지고 ②제가 작성한 글을 카카오의 AI 학습 데이터로 제공하고 싶지 않았으며 ③일반적인 사용자들의 상식과 차이가 있는 개인 도메인 설정 정책 때문에 블로그 이전을 결심하고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티스토리가 앞으로도 크게 발전하기를 바라는 입장에서 개인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된 이유를 작성한 것이오니 아무쪼록 다른 분들은 이와 같은 불편함을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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