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02

인간 진화에 대한 이야기 (2)


  최근 며칠간 놀러도 다니고, 이사도 한 데다가 몸살까지 나서 -_-;;; 조금 정신이 없었네요. 그래서 이제야 저번에 썼던 글의 나머지를 업로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ㅋ 글 자체는 거의 다 완성했었는데, 미처 마무리를 하지 못했었거든요. 늦게나마 마무리를 지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을 더 끌었으면 아마 그냥 지나쳐 버렸을 테니까요 -_-a 이전의 글은 인간 진화에 대한 이야기 (1) 게시물을 참조하여 주세요.


4. 진화의 끝

  그렇다면 위에서 말한 이유에 의해, 이제는 인간 스스로가 현재의 환경을 인간 자신에게 어울리도록 바꾸어 나가기 때문에 현재의 상태가 인간 진화의 최종 형태이자 정점이지 않을까라는 결론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보면, 무언가 어색함이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인간이 '진화의 끝'에 도달했다고 보기에는 굉장히 부족한 점이 많거든요. 하루종일 일하면 온몸이 녹초가 되는 데다, 밤에 잠을 안 자면 다음날 정신도 없고, 오래 앉아 있으면 피곤하고, 머리도 좀 더 좋아야 할 것 같고…… 하지만 위의 논리대로라면 이와 같은 문제는 전혀 개선될 수 없게 되잖아요. 게다가 '완벽한 생물체'에서 받는 느낌과 '인간'에게서 받는 느낌은, 직관적으로만 보아도 너무 차이가 납니다. 게다가 인류에게 다른 생명체와 달리 진화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한다면, 그 힘에 의해 인류 자체가 예상외의 변화를 겪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그러한 가능성들에 대해 한 번 생각이 가는 대로 이야기를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유전자 조작을 통한 진화

  인간은 먼 옛날부터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 과정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적용시키는 작업을 해 왔습니다. 농축산물의 품종 개량이 그 예이죠. 생물의 적자생존을 통한 자연선택 과정에서 인간이 새롭게 '혹독한 환경'으로 다가옴에 따라, 인간의 손에 놓인 많은 생물들은 그 스스로의 특성을 변화시켰습니다. 사과는 더욱 당도가 높아지고, 닭은 알을 무지막지하게 낳으며, 소는 엄청난 양의 젖을 생산하게 되었죠. 그렇지 못한 품종은 자연 내에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인간에 의해 도태되었으니까요. 

  그리고 이와 같은 품종 개량의 정신은, 20세기에 본격 발달하기 시작한 유전자 조작으로 인해 더욱 꽃을 피우게 되었습니다. 자연상태에 비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일어나는 자연선택 과정을 조정하는 것을 넘어서서, 스스로 생명체의 유전자 자체를 조작하기 시작한 것이죠. 담배에 발광 유전자를 삽입하여 담배 스스로가 밤에 빛을 내게 만들어진 실험을 시작으로, 돼지가 그 자신에게는 필요도 없는 인슐린을 체내에서 생산하고, 각종 병충해에 강한 GMO 옥수수가 생겨나는 등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생명체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기술이 발전하기 시작한 것이죠.

  이와 같은 기술이 더욱 발전하여, 현재와 같이 인간이 원하는 목표가 달성되는 확률이 매우 낮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더욱 발전하여 그 전체 과정을 완벽하게 조정할 정도가 된다고 하면 그 기술이 인간에게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것입니다. 이미 '노화'부분에서는 그 연구를 어떻게든 인간에게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잖아요. 만약 인간에게 절대 이득이 되고 위험성은 전혀 없는 기술이 생겨난다면, 인간은 금세 그 기술을 스스로에게 적용할 것입니다. 누구든지 더 편하게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은 같으니까요. 물론 도덕적·윤리적인 이유로 그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항상 존재하겠지만, 그 위력이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막말로 낙태 하나도 제대로 저지 못 하는 게 현실인데요. 안락사도 점점 허용되는 추세고요.

  따라서 기술만 완벽해진다면, 인간은 스스로의 유전자 조작 기술을 이용하여 진화를 해 나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이 '진화'는 자연에 의해 선택받은 방향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겠죠. 인간 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 이미 인간에 의해 조작된 자연인데다, 자신의 진화 방향을 원하는 방향으로 조절할 기술을 완벽히 확보한 상태이니까요. 인류 스스로가 인류를 다시 구성하는 재미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네요.


2) 도구의 사용과 진화

  이 이야기는 생물학적 진화와는 약간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도구의 사용 자체를 인간 진화로 보자는 의견이기 때문이지요. 인류가 현재의 지식을 미래의 후손에게 전해주는 능력이 있는 이상, 도구 역시 계속해서 인간과 함께 할 것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따라서 그 도구 자체를 인간의 일부로 보자는 말을 할 수도 있게 되겠지요. 기린이 나뭇잎을 확보하기 위해 긴 목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장대를 가졌고, 호랑이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인간은 총과 칼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도구 자체가 인간의 능력을 상승시켜 주는 것이고, 이는 진화의 결과물과 같은 성격이죠.

  물론 도구가 사라지면 그 능력도 사라지기 때문에, 이를 진화로 볼 수 없지 않냐는 의견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화석 연료가 지금 갑자기 사라진다면, 모든 내연기관들은 무용지물이 되겠지요. 하지만 이것은 환경이 변화하면 이전 환경에 적응한 생명체는 멸종하기 때문에 진화 과정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말과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경에 갑자기 엄청난 변화(빙하기 등)가 오면 거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생명체가 멸종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것은 '지금의 도구를 사용하는 인간'이라는 종족을 멸종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대부분 환경은 서서히 변화하기 때문에 동물이 그에 맞추어 진화를 하는 것처럼 인간의 도구도 서서히 변화해 나갈 수 있습니다. 현재 화력 연료를 대체하기 위해 각종 대체에너지가 개발되고 있는 것처럼요.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 자신의 신체에 장착하는 도구 역시 진화로 볼 수도 있습니다. 물론 획득형질은 유전되지 않기 때문에 진화로 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도구가 미래의 자손에게 그대로 전해지지는 않으니, 도구 자체는 분명 진화로 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미래의 자손 역시 그 도구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전자에 의해 발현되는 유전형질과 같이 도구 제조 및 사용에 관한 지식이 도구를 발현시킨다고 보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경우 도구 그 자체를 진화로 볼 수도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안경의 경우, 인간이 그것을 만드는 법을 잊어버릴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안경이라는 도구의 존재가 곧 인간 시각의 진화를 의미하게 된다는 주장과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더욱 나아가면, 각종 인공 관절들 역시 진화로 볼 수도 있겠지요. 지금이야 부실한 원래의 생체 기관을 대신하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지만, 나중에는 애초부터 생체 기관을 대체하는 위치로까지 올라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SF에서 자주 나오는 사이보그 같이요.


3) 인류 개념의 교체

  인간이 그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화를 하기에는, 생물의 특성 자체에 불리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노화하고, 조직 유지를 위한 자원의 소모가 너무 많으며, 자원 사용 효율도 떨어지니까요. 너무 큰 장애물이 있을 때 이를 파괴하거나 넘어가기보다 피해 가는 것이 효율적인 선택인 것처럼, 생명체의 이와 같은 특성을 극복하기보다 피해 갈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거기에서부터 또 다른 진화의 방향을 추측해 볼 수도 있습니다. 바로 생명체 개념의 대체이죠. 인간을 이루고 있는 근간인 탄소 화합물들의 유기체가 가지고 있는 한계를 극복하기보다, 이것을 새롭게 대체할 경우 이는 분명 진화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명체의 개념을 넓게 확장하여 볼 경우, 이러한 발전 역시 '진화'가 가리키는 말과 마찬가지 개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이와 같은 진화가 이루어질 경우, 현 상태에서는 컴퓨터로 대표되는 전자부품들이 인간의 신체를 대신하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도 인간이 확보한 지식 중에서 생명체를 대체할 가능성이 제일 높은, 정교하고 조작 가능한 것이 저 컴퓨터이기 때문이니까요. 게다가 전자회로들은 작동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사용 효율도 유기체에 비해 훨씬 높고, 장치 자체의 노화 속도도 느리며, 노화된 기관도 교체가 가능하고, 망각도 없죠. 물론 현재 상태에서는 자기 복제 및 회복 기능이 없기는 하지만, 이 역시 이론적으로는 전자기기들이 충분히 확보 가능한 항목이니까요.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은 분명 영화 '매트릭스'와 같은 상상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간을 전부 잡아다 가두고, 기계가 전부 지배하는 디스토피아를요. 하지만 위와 같은 진화 과정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그 대체가 굉장히 평화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더 큽니다. 왜냐하면 처음부터 인간의 육체를 전부 뜯어고치고 현재의 종을 바로 멸종시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아마 처음에는 사이보그 등과 같이 '보조적'인 개념으로 유기체의 일부를 교체하는 식으로의 대체가 일어나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유기물질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게 되겠죠. 신체의 일정량을 유기체 대신 컴퓨터가 차지하고 사람들의 의식이 변화하면, 유기체와 컴퓨터에 대한 정의도 분명 변화할 것입니다. 그리고 유기체의 효율성과 발전 속도가 컴퓨터에 비해 느리기 때문에 결국 양자의 비율은 점점 역전되겠지요. 그리고 최후에는 완전히 교체되게 되는 시나리오입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기계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지는 세상이나, 억압받는 인류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진행 과정 중에서 부분적인 충돌이 있기는 하겠지요. 하지만 유럽에서 네안데르탈인을 현생 인류가 자연스럽게 대체해 버린 것과 같이, 전체적으로는 평화적인 교체가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일이 일어난다면, 탄소 기반의 생명체가 사상 최초로 규소와 금속 기반의 생명체로 대체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5. 결론

  모든 생명체는 환경에 의해 변화합니다. '진화'로 불리는 이 변화는, 지금까지 인간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다른 생명체와 비교하여 진화의 법칙을 적용받는 점에서 큰 차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지나치다고 생각될 정도로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바꿀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인간의 진화 방향은 다른 생명체들과 달리, 그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환경에 맞추어 자기 자신을 (일부라도) 변화키는 것은,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해 왔던 모든 생명체들이 걸어왔던 길입니다. 인류 역시 마찬가지이죠. 물론 이제는 인류가 그 길의 상태나 방향을 바꿀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길 자체에서 벗어나기란 매우 힘들 것입니다. 비록 그 길을 걸어갈 것인지, 자전거를 타고 갈 것인지, 자동차를 타고 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리고 지금까지 인류가 걸어왔던 진화의 경로를 보고, 앞으로의 경로를 예측해 보는 이 즐거운 작업은 현재의 인류가 가진 권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생애에 그 변화가 어떻게 일어날지를 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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