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부품(AMD 라이젠 5600G)을 활용한 컴퓨터 조립
기존 사용하던 AMD 5600G CPU를 5700X3D로 업그레이드 한 뒤, 마지막으로 남는 부품을 이용하여 PC를 만들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NAS 또는 가정용 서버(홈 서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을 생각했습니다만, 조립 이후에 프로그램 설치 및 설정 등의 더 큰 난관들이 첩첩산중으로 있다는 점을 곧 깨달을 수 있었고, 결국 단순한 미디어 플레이어 용도로 활용하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남아 있는 부품은 AMD 5600G CPU와 16GB DDR4 RAM, 512MB M.2 SSD였습니다. 겨우 이 부품들 때문에 차세대 규격으로 넘어가지 않고 추가 부품을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미 만들기로 결심한 뒤이니 마저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배송 온 PC 케이스가……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요즘 케이스 대부분이 다 그렇지만, 0.5T도 되지 않는 케이스가 흔히 보여주는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음료 캔처럼 찌그러져 배송된 물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평소 같으면 반품하고 다시 받았겠지만, 이미 조립을 하겠다고 너저분하게 부품을 뜯어 둔 상황이었기에 그냥 적당히 고쳐서 조립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평소 같았다면 애초부터 이렇게 얇은 철판의 케이스는 고르지 않았겠지요. 대충 만들기로 마음먹은 PC였기 때문에 큰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아 그냥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메인보드는 m-ATX 규격의 B550 칩셋을 사용한 보드로 구입하였습니다. 애초에 큰 자리를 차지하는 PC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크지 않은 미니타워 수준의 케이스를 구매하였으므로 보드 규격에서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물론 더 작은 ITX 규격의 메인보드를 잠시 고민해보기도 하였지만, 아직 ITX 보드의 전원부 및 소형 규격(SFX)의 파워 서플라이에 대한 신뢰가 없어서 그냥 적당한 크기로 구매를 하게 되었네요.
먼저 메인보드에 CPU와 RAM, SSD를 설치하였습니다. 정석대로라면 CPU를 설치하고 CPU 쿨러를 결합한 후에 다른 부품을 꽂는 쪽이 맞을 것 같지만, 귀찮기 때문에 끼워 넣는 김에 모두 조립하였습니다.
위의 상태로 그냥 쿨러와 결합하면 안 되고, CPU에서 발생한 열이 쿨러로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서멀 구리스를 CPU의 히트 스프레드 위에 얇게 펴 발라두어야 합니다. 서멀 구리스가 완전히 표면을 덮을 필요까지는 없고, 쿨러로 CPU 위를 꾹 눌렀을 때 사이를 잘 메워 줄 정도만 펴 발라주면 됩니다.
5600G의 발열량에 비해 과분한 크기의 쿨러입니다. 위의 상태에서 파워 서플라이와 모니터를 연결하여 부팅을 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왜냐하면 부품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번거로워 보일 수도 있으나, 케이스에 모든 부품을 끼워 넣어 PC 조립을 완료한 뒤 부품에 이상이 있는 것을 알았을 때의 번거로움보다는 훨씬 간편합니다.
부품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면 이제 케이스에 조립을 할 일만 남았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케이스가 망가져서 왔기 때문에 혹시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인지 상태를 살펴보기로 하였습니다.
허허…… 참 애매한 부위가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옆에서 충격을 받았다면 옆면 강화유리가 함께 부서졌을 가능성이 크고, 아마 케이스 위쪽에 무거운 물체가 올라가 그 무게로 케이스가 눌린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히 접히거나 부서진 하자는 아니므로, 찌그러진 부위를 예쁘게 펴 주었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자들은 더 좋은 장비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가정에서 대충 펴기 위해서는 ① 찌그러진 부위를 수건으로 감싼 뒤 ② 수건 위를 플라이어(펜치나 롱노우즈)로 잡아 힘으로 찌그러진 부위를 펴 주면 됩니다. 수건과 같은 두꺼운 천으로 감싸지 않으면 찌그러진 부위의 케이스 도장이 흉하게 벗겨지므로 꼭 천을 덧대어 펴는 것이 좋습니다. 철판이 얇다 보니 펴기 위해 큰 힘이 필요하지도 않습니다.
케이스 하단의 자리에 파워 서플라이를 조립 완료하였습니다. 대부분의 PC 케이스에서는 공기의 대류와 열전도를 고려하여 케이스의 상단에 파워 서플라이를 조립할 자리를 만들어 둡니다. 이 케이스와 같이 하단에 파워 서플라이를 조립하는 경우, 대부분 메인보드와 파워 서플라이의 칸을 구분하여 파워 서플라이에서 만드는 뜨거운 공기가 메인보드 시스템 쪽으로 올라가지 않도록 디자인을 합니다. 만약 파워 서플라이가 하단에 있는데 메인보드와 물리적으로 분리가 되어 있지 않다면, 웬만하면 다른 케이스를 구매하는 편이 좋습니다.
이 케이스는 전원선 및 커넥터를 보드 뒤쪽으로 뺄 수 있도록 만들어 두어 선정리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구매 이유 중 저 이유가 제일 컸었어요. 찌그러지지만 않았다면 완벽할 뻔했습니다.
메인보드의 바이오스(CMOS)에 들어가서 부품이 제대로 인식하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 결과 잘 작동하였습니다. AM4 소켓 규격의 시스템을 언제까지 우려먹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한된 용도라면 최소 2~3년은 더 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는 이 시스템이 AM4 규격에서는 마지막으로 만드는 시스템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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