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19

주식시장과 우공이산


  우공이산(愚公移山)은 열자(列子) 탕문편(湯問篇)에 수록되어 있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로, 한자의 뜻을 그대로 풀이하면 어리석은 남자(愚公)가 산(山)을 옮긴다(移)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역시 글자의 의미와 비슷합니다. 태형산(太形山)과 왕옥산(王屋山)이라는 높은 산 근처에 살던 아흔 살의 우공이, 집안 사람들과 함께 산을 깎아 길을 내는 결정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다른 사람이 우공에게 이 행동이 실현 가능성이 없지 않냐는 의견을 제기하자, 우공은 대대손손 이 작업을 하면 언젠가는 산이 평지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은 신이(실제로 산이 평지가 될까) 걱정을 하여 천제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자, 천제는 두 산을 다른 곳에 옮겨 주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산을 옮기기 위한 거리

  해당 이야기에서 산이 원래 있던 곳이 기주(冀州)의 남쪽, 하양(河陽)의 북쪽이라고 이야기되고 있으므로 그 위치를 대략 허난성(河南省) 자오쭤시(焦作市) 하위의 행정구역인 멍저우시(孟州市)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우공이 산에서 파낸 흙을 지고 가서 버리겠다고 한 곳이 발해(渤海)였으므로 현재의 보하이만(渤海灣) 근처에 위치한 창저우시(沧州市)나 랑팡시(廊坊市)까지 흙을 나르겠다고 한 것인데, 지도로 대충 재어 보아도 그 직선 거리가 약 600km에 이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 서울까지의 직선 거리가 약 325km 정도이므로 이 정도로는 비교가 불가능하고, 부산에서 평양까지의 직선 거리인 520km 정도는 되어야 어느 정도 비교가 가능한 수준이 되니 상당히 먼 거리임은 분명합니다.

  이렇게 무모한 계획을 세워 실행하였고, 결국 뜻을 이루었다는 이야기에서 비롯된 사자성어인 우공이산은 ‘노력으로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의미로 자주 사용됩니다. 잘 알려진 이 이야기를 굳이 길게 한 이유는, 작년부터 AI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해외 주식시장의 움직임이 위 우공이산의 일화와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1. 우공이 산을 옮기기로 결정

- 기업에서 새로운 AI관련 사업계획을 발표

2. 다른 사람이 이 계획이 무모함을 지적

- 기업 외부의 전문가들이 해당 기업의 계획은 현재까지 확인된 기업의 기술적/자본적 한계로 현실화하기 어려움을 지적

3. 몇 대에 걸쳐서라도 산을 옮기겠다 반박

-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 및 인프라(GPU)의 놀라운 성능을 근거로 그 아이디어가 ‘언젠가이지만 조만간’ 실현될 수 있다고 반박

4. 신이 걱정을 하여 천제에게 이야기를 전달

- 긍정적 관점의 루머 확산(어?)

5. 산이 옮겨짐

- 주가 떡상, 기적의 선반영


최근 5년간 엔비디아 주가 추이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AI 관련 회사들이 자본의 산을 진짜 옮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위와 같은 의식의 흐름은 상당히 냉철하고 정상적인 판단이기는 합니다. 특정 기업 및 자산의 미래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측정하는 판단 규칙(알고리즘)과도 큰 틀에서 유사하다고 볼 수도 있고요. 역시 인간 세상에서 노력으로 안 되는 일은 없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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